서울시 버스정류장 금연구역화 등, 나날이 좁아지는 흡연자들의 입지.
이러한 흡연자 탄압(?)정책에 대하여 말이 오갈 때면, 흡연자들 측에서 빼놓지 않고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혐연권만 존중해 주냐? 끽연권도 존중해 달라"
......아시다시피 저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고, 저 또한 위의 말을 입에 담은 적이 심심치 않게 있습니다만(잘 뒤져보면 이 블로그에서도 나올 듯;;;)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게 아주 여러모로 엄청난 발언이란 말이죠.
우선 끽연권이란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담배를 피울 권리'입니다. 그리고 이 담배란 '기호품'입니다. 즉 개인의 취향 따라 즐기는 물건이지요.
따라서 '끽연권을 존중해 달라'라는 말은 개인이 자유로이 자기 취향을 즐길 권리를 존중해 달라는 뜻입니다.
네, 이거 무척 중요한 권리이지요. 한 인간이 자유로이 무언가(여기서는 취향, 즉 담배)를 할 권리. 왠지 '인권존중'이라는 무적의 단어도 연상되지 않습니까?
그렇기에 흡연가들은 힘주어 외칩니다. 혐연권만 존중해 주냐? 끽연권도 존중해 달라.
개인이 자유로이 자기 취향을 즐길 권리를 존중해 달라.
그러면, 혐연권이란 무엇일까요? 그야 물론 '담배를 싫어할 권리-자기 옆에서 누가 담배 연기를 뻑뻑 피워올리는 것을 막을 권리-'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끽연권과는 달리 '취향'에 대한 권리가 아니라는 것에 있지요.
물론 단순히 '담배 연기가 콧속으로 들어오는 것은 내 취향이 아냐'라는 분도 있습니다만, 혐연권의 중요한 골자는 바로 '담배연기 몸에 해롭잖아'라는 것에 있습니다.
담배연기라는 해로운 물질이 피우는 당사자 폐에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공기를 타고 폴폴폴 퍼져서 내 폐에도 들어가 건강을 좀먹으니 그거 치우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혐연권'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담배를 취향적으로 싫어할 권리'가 아니라, 자신의 '건강을 지킬 권리'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자, 이제 다시 생각해 보세요.
다른 사람들이 건강 운운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거기에 대고 '너희들 건강 지킬 권리만 존중해 주냐? 내가 취향을 즐길 권리도 존중해 달라'라고 주장한다 생각해 보세요.
그러니까, 그 누군가는 '건강 지킬 권리'와 '취향 즐길 권리'를 머리 속에서 동격으로 놓고서는 말을 하고 있다고 한 번 생각을 해 보세요.
......그 사람, 주위 사람들에게 '제정신이 아닌 놈' 취급을 받아도 할 말이 없지요?;;;
단어가 비슷하다고 해서, 뜻도 똑같으라는 법은 당연히 없습니다.
혐연권이나 끽연권이나, 둘 다 똑같이 맨 뒤에 '권'자 들어간다고 해서-둘 다 똑같이 '권리'를 뜻한다고 해서-그것이 동등한 것은 아닌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승룡권과 파동권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아니, 이게 아니라;;;
그 '끽연권'을 지키기 위해서 여러모로 노력하는 거야 물론 할 말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멀찍히 떨어져서 피운다던가, 피울 때에는 주위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피우는 등(물론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피우지 않고. ...그런데 사실 이런 경우 '안 돼. 피우지 마!'라고 하기도 뭣한 경우가 많은지라-여러분이 담배 연기를 무척 싫어하는데, 술자리에서 옆에 앉은 부장님이 '미안한데 담배 한 대만 태워도 될까?'라고 한다 생각해 보세요. 거기다 대고 '안 됩니다 부장님. 술집 밖으로 나가서 피우세요'라고 할 수 있을까요?;;;- 되도록이면 양해 구하고 피우는 것 마저도 지양해야 합니다만)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일 수 있겠지요.
그래도 절대, 혐연권과 끽연권을 동급으로 두지는 마세요.
그 말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는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상대의 '건강을 지킬 권리'와 나의 '취향을 즐길 권리'는 동등하니, 한 판 붙어보자고 말 하지는 마세요.
"혐연권만 존중해 주냐? 끽연권도 존중해 달라"
이런 말을 입에 담는 사람은, 그 시점에서 이미 존중이고 뭐고 받을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 주세요.
덤-그리고 새해가 시작되며 새해 목표를 '금연'으로 잡으신 분들, 성공하시길 ^.^;;; (이제 3일은 지났습니다! 작심삼일 돌파!;;;)
물론 저는 금연할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만ㆀ
# by SeaBlue | 2008/01/04 0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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